2021년 개봉한 마블 영화 ‘이터널스’는 MCU 페이즈4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기존의 마블 히어로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셀레스티얼이라는 창조주의 존재부터, 인류를 위해 살아온 이터널스의 내면적 갈등까지,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신화와 철학을 아우르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이터널스'의 줄거리, 주요 등장인물 분석, 그리고 연출과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심화 리뷰를 통해 이 작품의 깊이를 살펴보겠습니다.
1. 이터널스 줄거리
‘이터널스’의 이야기는 약 7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셀레스티얼이라 불리는 우주 창조신 ‘아리셈’은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고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각 행성에 데비안츠와 이터널스를 보내게 됩니다. 데비안츠는 처음엔 포식자로서 생명체의 포식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곧 스스로 진화하며 통제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이에 아리셈은 그들을 제압하고자 새로운 인공 생명체인 ‘이터널스’를 창조하고 지구로 보내게 됩니다. 이터널스는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하여 수천 년 동안 인류와 함께 살아가며 데비안츠를 제거하고 문명의 발전을 조용히 지켜보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영화는 현대 시점을 배경으로, 오랜 침묵 끝에 부활한 데비안츠의 등장과 함께 이터널스 멤버들이 다시 집결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들은 자신들의 진짜 창조 목적과 아리셈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데, 그것은 지구의 멸망과 새로운 셀레스티얼의 탄생이라는 충격적인 운명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을 함께한 동료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과 철학을 가지게 되며, 결국 팀은 분열되고 서로 대립하게 됩니다. 영화는 데비안츠와의 싸움 외에도 이터널스가 신의 도구로서 살아온 삶에 대한 회의와, 인간이라는 존재를 지킬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단순한 영웅물의 공식을 깨고, 운명과 자유의지를 주제로 한 스토리는 마블 영화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철학적인 깊이를 더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마지막에는 이카리스의 선택, 세르시의 희생, 그리고 인간과의 공존을 택한 일부 이터널스의 결정이 지구의 운명을 바꾸며, 후속 이야기에 대한 강한 암시를 남깁니다.
2. 등장인물 분석
이터널스는 총 10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캐릭터는 고유한 능력과 상징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세르시'로, 물질 변환 능력을 지녔으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감정을 지닌 존재입니다. 세르시는 인간을 사랑하며 지구에서 삶을 살아가고 싶어하는 성향을 보이며, 전체 스토리의 중심이자 감정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그녀의 연인 이카리스는 전통적인 히어로의 모습에 가까우며, 눈에서 에너지 광선을 발사하고 비행 능력을 지닌 전사입니다. 그는 오랜 세월 세르시를 사랑했지만, 셀레스티얼에 대한 충성심으로 인해 마지막에 갈등하며 슬픈 결말을 맞게 됩니다. 또 다른 주요 캐릭터 '테나'(앤젤리나 졸리)는 고대 전사로, 무기를 창조해 싸우는 능력을 지녔지만 정신질환인 ‘마도 위리’로 고통받습니다. 그녀는 인간성과 기억의 고통 사이에서 갈등하며, 길가메시와의 깊은 유대 관계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는 괴력을 지닌 따뜻한 인물로, 테나를 돌보며 가족 같은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파스토스는 지식과 기술의 신에 해당하는 캐릭터로,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했지만 전쟁으로 인해 깊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의 이야기는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현실적 교훈을 줍니다. 스프라이트는 어린 소녀의 외모를 가진 환영 창조 능력자지만, 영원히 성장하지 못하는 존재로서 고독과 슬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외에도 마카리(초스피드), 드루이그(정신 조종), 킹고(에너지 발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 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이터널스 내부의 다양한 시선을 대변합니다. 이처럼 이터널스의 각 주인공들은 단순한 히어로를 넘어서 신과 인간 사이에 위치한 존재로서, 사랑, 배신, 충성, 희생 등 다양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3. 리뷰
이터널스는 기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연출과 주제를 선보입니다. 감독 클로이 자오의 연출 스타일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한 촬영기법, 광활한 풍경 속 캐릭터 배치를 통해 신화적 분위기를 강조하며, 기존 MCU 팬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미학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처럼 빠른 템포와 유쾌한 대사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다소 느리고 진지한 전개가 호불호를 갈랐지만, 영화의 철학적 깊이와 구성은 마블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실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인간과 신, 운명과 자유의지, 기술과 책임이라는 주제를 곳곳에 배치하며, 단순히 악당을 물리치는 구조에서 벗어나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파스토스의 캐릭터를 통해 과학기술의 오남용, 스프라이트의 내면을 통해 영원한 삶의 허무함, 이카리스의 결정을 통해 충성과 사랑의 충돌을 보여줌으로써 각 캐릭터가 메시지 전달의 매개체가 됩니다. 시각적으로도 이터널스는 색채, 의상, 고대 문명의 디테일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시대를 반영하며, 단순한 현대 액션 히어로가 아닌 '문명을 넘어선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다양성과 포용의 측면에서도 한 단계 진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성 부부와 청각장애 캐릭터, 다문화적 구성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영화의 중심을 이룹니다. 이러한 시도는 MCU가 글로벌 시대의 감수성과 변화를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이자 실험으로 해석됩니다. 물론 캐릭터가 많고 서사가 복잡한 탓에 전체 흐름이 산만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후속작과의 연결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아야 합니다. 결국 이터널스는 기존 마블 영화에서 보기 드문 철학성과 미학, 인간적인 고민을 담아낸 작품으로, 단순한 오락을 넘은 가치 있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이터널스’는 마블의 세계관을 한층 성숙하게 확장한 작품입니다. 기존 MCU 팬에게는 신선함을, 새로운 관객에게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액션이 아닌 의미 있는 서사를 찾는 이들에게 꼭 한 번 감상해 볼 만한 영화입니다.